6개월 만의 정상 외교…트럼프·이시바 만나는 G7에서의 과제는?
'中 경도' 美 의구심 관리해야…日과는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준비
- 노민호 기자,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5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통해 외교 무대에 데뷔한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번 G7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한미 정상의 소통 수준이라는 관측이 10일 제기된다.
한국은 G7 회원국은 아니지만, 올해 의장국인 캐나다의 초청으로 이번 회의에 참석하게 됐다. G7 국가(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들이 비상계엄 및 대통령 탄핵 국면을 벗어나 새 정부가 출범한 한국을 여전히 주요 외교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여 일 만에 외교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특히 G7 정상회의는 다자외교 무대로, 이 대통령은 주요국 정상과의 상견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상황을 직접 설명하고, 떨어졌던 신뢰도를 회복하는 소통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자회의가 열리면 각국은 이해관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양자 정상회담도 갖는다. 미국의 관세 및 국방비 인상 압박을 받는 한국의 입장에선 미국과의 양자 회담을 성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첫 전화 통화에서 서로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고 격의 없는 분위기 속에 대화를 나눴다. 암살 위험과 같이 서로가 겪은 어려움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골프 얘기도 하는 등 '괜찮은' 톤으로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G7에서 정상회담, 혹은 약식 '만남'이 성사되면 첫 통화의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현재 제기된 압박들에 대한 한국의 '가장 권위 있는' 입장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9일로 발효가 유예된 상호관세와 주한미군 역할 변화, 방위비분담금 인상 등 안보 문제에 대한 미국의 명확한 의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은 "손해 보지 않을 정도의 수준에서 트럼프한테 호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다만 한국은 일본처럼 '저자세'로는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비호감'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의 대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한미 간에는 관세 협상 외에도 주한미군 감축 및 역할 변화, 방위비분담금 재협상, 국방비 인상 요구 등으로 예상되는 '안보 청구서'도 곧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중관계 관리를 공약으로 제시한 이 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을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통화에서 이 대통령과의 '케미'를 과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보다 앞서 백악관은 21대 대선 결과를 평가하면서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행사를 우려하고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통해 한국이 중국에 가까워지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이라는 선명한 신호를 보냈다.
한중관계 관리는 한국 외교에 필요한 일인 것은 분명하지만, 무거운 현안을 사이에 둔 미국이 의구심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굳이 의구심을 증폭시킬 이유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제언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이 제일 궁금해하는 건 중국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려 하는가와 이에 대한 한국의 입장일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한국 외교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중국과 러시아, 미국이 '등거리 외교'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얘기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홍석훈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미국의 의구심은 한국이 중국에 경도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초반에 슬기롭게 대응하는 의미에서 이번 만남에서는 우리 입장을 이야기하기보다 미국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날 예정이다. 역시 공식 회담이 될지 약식 대면일지는 미지수지만, 한일 실무급에서 적극적인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곧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6월 22일) 기념일을 맞는 한일은 이번 만남에선 일단 '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선 과거 한국의 민주당 정권이 보였던 과거사 사안에 대한 인식 때문에 이 대통령이 취임하면 한일관계가 악화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전날인 9일 이시바 총리와의 첫 전화 통화에서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부각하며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 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말해 일본을 '협력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이 대통령의 통화 사진도 활짝 웃는 모습이었는데, 이는 한일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관계 설정의 공감대를 나눴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미래의 도전 과제'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지만, 일본 역시 미국의 관세 및 안보 문제로 씨름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일 협력 속에서도 미국발(發)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일의 긴밀한 소통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 양국은 현재 관세 등 커다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라며 "미국에 대응해 함께 협력을 모색해 보자는 이야기를 대놓고는 안 하겠지만, 공통의 과제엔 당연히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한일은 올해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을 위한 별도의 정상회담 및 고위급 교류, 다양한 민·관 교류사업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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