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숨긴 모범생' 9세대 캠리…전기+가솔린, '괴물 마력'[시승기]
도요타 최신 5세대 하이브리드 탑재…도심+고속 실연비 리터당 21㎞
디스플레이 키우되 물리버튼 그대로…넉넉한 2열, 전동 리클라이닝까지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도요타 캠리는 세단의 교과서로 불린다. 연비가 좋고 잔고장이 없어 가족과 타기 무난한 자동차란 의미에서다. 1983년 처음 출시된 이래 지금까지 누적 2000만 대가 넘게 팔린 이유다. 그래서 캠리를 만나기 전까지는 얌전한 모범생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힘을 숨긴 모범생'이었음을 알기까지 하루면 충분했다.
지난 10일 '2025년형 캠리 XLE 프리미엄 트림'을 약 2시간 동안 주행했다. 경기 고양과 파주 일대 도심 도로와 자유로를 경유해 총 80㎞를 달렸다. 처음 만난 캠리의 액셀과 브레이크는 모두 무거운 축에 속했다. 도심에선 페달 깊이의 5%만 사용하는 느낌이었다. 고속화도로인 자유로에 진입해 조금 더 깊이 밟아봤다. 경쾌한 엔진음과 함께 차가 너무 빨리 나가 당황했다. '페달이 괜히 무거운 게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2025년형 캠리는 9세대, 완전변경 모델로 도요타의 최신형 5세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적용됐다. 2.5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186마력)과 전기모터(97.7㎾·132마력)를 조합해 227마력의 최고 출력을 자랑한다. 전작인 8세대 대비 16마력 높아진 것이다. 국산 경쟁작인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비교하면 32마력 더 높다.
저속에선 전기 힘만으로 달려 엔진음이 전혀 나지 않았다. 급가속하거나 시속 30㎞를 넘어가면 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직병렬 하이브리드답게 동력 전환 과정이 조용하고 부드러워 엔진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때가 많았다. 출력만큼이나 연비도 괴물이었다. 공인 복합 연비는 리터당 17.1㎞인데, 이날 주행을 마친 뒤 계기판에 적힌 실연비는 21.0㎞에 달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편의사양은 대폭 강화됐다. 기존보다 3.3인치 커진 12.3인치 터치형 디스플레이가 센터패시아에 자리하고, 계기판에도 동일한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들어갔다. 디스플레이는 커졌지만, 각종 공조 조절용 물리 버튼은 그대로 남겨둬 운전 중에도 사용하기 편리했다. 1·2열 모두 열선 시트가 들어갔고, 1열에는 통풍 기능이 추가됐다.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무선 충전패드와 C타입 USB는 센터패시아 하단에 자리했다.
실시간 교통 정보를 안내해 주는 내비게이션도 기본으로 제공된다. 그래픽은 2000년대 심시티 게임 화면을 방불케 할 정도로 투박했지만, 어느 차선이 직진 차선인지, 갈림길에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잘 알려줬다. 도착 예정 시간도 정확했다. 인공지능(AI) 음성비서로 네이버 클로바를 사용하기 때문에 목적지를 말해도 정확히 인식한다. 내비게이션 그래픽이 정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이용해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된다.
가족용 세단답게 실내 공간은 성인 남성 4명이 충분히 탈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키 180㎝인 기자가 2열에 앉아보니 1열 시트를 레일의 중간 정도에 고정했을 때 주먹 두 개가 들어갈 정도의 넉넉한 무릎 공간이 나왔다. 등받이를 세운 상태에서 천정과 머리 사이 공간은 손바닥 한 개가 들어갔다. 센터 암레스트를 내리면 음료 거치대와 함께 터치스크린이 나온다. 이를 통해 2열 등받이 각도를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시속 90㎞ 이상 고속 주행 시 운전석 뒤 2열 도어에서 바람이 새는 듯한 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처음에는 2열 도어 유리가 덜 닫힌 줄 알고 애꿎은 윈도 버튼만 올렸다. 전면 윈드실드와 1열 도어에는 이중접합 유리가 들어갔지만 2열 도어에는 빠진 게 2열 풍절음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스펜션이 매우 부드러운 것과 달리 시트는 딱딱한 편이라 서스펜션의 감쇠력에 비해 몸이 받는 노면 정보가 더 크게 느껴졌다. 동일한 타격이어도 나무 방망이로 맞는 게 솜방망이보다 아픈 것을 떠올리면 된다. 시트를 좀 더 푹신하게 만들었다면 우수한 서스펜션 성능을 더욱 극대화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룸미러는 뒤차의 크기를 맨눈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크게 보여줘 뒤차와의 거리를 가늠하기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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