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소규모 자본으로 운영되는 소상공인에게 정산 시스템의 유연성은 핵심적인 요소다. 특히 판매 대금 지급이 늦어질 경우 현금 흐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에 플랫폼이 자율적으로 정산 주기를 단축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이 강한 소상공인: 민생 경제 회복과 소상공인 성장을 위한 플랫폼 생태계 조성 방안' 세미나에서 이건웅 고려대학교 교수가 이끈 연구에 참여한 송민기 박사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선정산 서비스 이자 비용을 지원하거나, 전용 정책자금 프로그램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건웅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온라인 소상공인 대상 조사에 따르면 많은 사업자들이 최근 1년간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긴 주된 원인으로 플랫폼의 '정산대금 미지급'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7월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부터 최근 발란 사례까지 정산 지연은 사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정산 주기는 재고 관리와도 맞물린다. 오프라인 매장이나 대규모 재고 없이 운영되는 온라인 판매의 특성상, 자금 유입 시점이 조금만 늦어져도 경영에 상당한 압박이 가해진다.

연구팀은 수입이 없더라도 보유 현금으로 사업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현금 완충 일수'에 주목했다. 선정산 서비스를 이용하는 판매자들은 그렇지 않은 판매자보다 평균 20일 더 버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흐름이 불안정할 때 자기자본과 금융기관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선정산 서비스는 단기 대출 의존도를 낮추고 이자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네이버페이다. 네이버페이는 스마트스토어와 외부 주문형 가맹점에 무료로 '빠른정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송 시작 다음날부터 평균 3일 이내에 대금을 전액 정산해주는 구조다. 월 거래 건수 20건 이상, 반품률 20% 미만이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2020년 11월 시작된 빠른정산 서비스는 2025년 4월까지 누적 선정산 대금이 50조 원에 달한다. 만약 이 금액이 '선정산 대출' 방식으로 지급됐다면 사업자들이 부담해야 할 이자 규모는 약 2219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송 박사는 "선정산 비용 지원 활성화와 이커머스 플랫폼의 자체적인 선정산 서비스 개발을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소상공인을 위한 무이자 선정산 프로그램 도입, 선정산 수수료 금융비용 일부 지원, 플랫폼 자체 선정산 시스템 개발을 유도하는 세제 혜택·행정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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