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주년 5·18기념식 엄수…이주호 기념사엔 "기대 빗나가" 비판(종합)
안창호 인권위원장, 오월단체 항의에 참석 불발
대선 앞두고 이재명·이준석 등 정치인 대거 몰려
- 이수민 기자,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이승현 기자 =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함께, 오월을 쓰다'를 주제로 엄수됐다.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은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곳곳에 갈등과 분열이 깊어지고 있다"며 "45년 전 5월의 광주가 보여줬던 연대와 통합의 정신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모두의 삶 속에 끊임없이 5월의 정신을 되살려 대화와 타협으로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을 열어 나가야 한다"며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5월의 광주에 대한 진정한 보답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주호 권한대행의 5·18 기념사에 대해 "우리의 기대는 오늘도 여지없이 빗나갔다"고 비판했다.
강 시장은 기념식 종료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이주호 권한대행의 기념사는 아쉽다. 계엄에 대한 사과도 재발 방지 약속도 없다"면서 "5·18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는 다짐도 없다"고 꼬집었다.
5·18기념재단도 입장문을 내고 "정부 대표 이주호 권한대행의 기념사에는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진상규명 지속', '기념사업법 제정', '유공자 처우 개선' 등 5·18민주화운동을 해결하기 위한 그 어떤 내용도 없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재단은 아울러 "5·18민주화운동의 가해자인 군인을 위한 노래를 틀고, 제복 입은 군인(혹은 경찰)이 꽃을 나르고 무장을 한 군인이 곳곳에서 무기를 들고 서 있는 기념식을 도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준비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18민주화운동의 가해자는 계엄군 즉, 군인"이라며 "정부는 기념식을 준비할 때 이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가해자가 누구이고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의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이 오월단체와 광주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로 불발됐다.
안 위원장은 기념식장에 들어서기 민주의문을 넘어섰으나 보안대 앞에서 5·18공로자회, 부상자회 등 공법단체 회원 10여명의 반발에 발길을 돌렸다.
오월관계자들과 유족, 시민단체 회원들은 안 위원장의 앞을 가로막고 "내란세력은 5·18을 욕되게 하지말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진입을 막으려는 사람들과 안 위원장 측이 거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유족은 바닥에 쓰러져 밟히고, 보안대 일부가 밀려나는 등 소동이 빚어졌고 10여분간의 대치 끝에 안 위원장은 기념식장에서 발길을 돌렸다.
오월단체들은 "안 위원장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내란을 주도한 세력들을 비호하는 등 국립 5·18민주묘지에 발 디딜 자격이 없다"며 안 위원장의 기념식 참석에 반발해왔다.
기념식 종료 직후 문재학 열사의 묘소에는 많은 이들이 몰렸다.
1980년 5월 전남도청에서 마지막까지 계엄군에게 맞서다 산화한 10대 학생이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의 모티브가 된 문 열사의 사연은 이날 기념식에서도 재차 조명됐다.
김길자 씨는 일본서 온 추모객들에게 "5월 25일 집에 가자고 재학이를 데리러 갔다. '친구가 죽어서 집에 못 간다'고 하더라. 26일에 또 데리러 갔는데 그땐 '막차 타고 가겠다'고 하길래 되돌아왔다. 결국 27일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덤덤히 설명했다.
이 말을 듣고 한참을 울던 오사카 교토에서 온 후카츠 아츠코 씨(71·여)는 "너무도 덤덤하고 당당하게 그때 일을 설명하는 김길자 어머니를 보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은 어머니의 사랑에 공감했다"며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한국 5·18에 관심이 커졌다. 내년에도 오겠다"고 이야기했다.
5월 21일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사건 당시 두부에 총상을 맞고 숨진 조대훈 씨 묘소 앞에서는 아내와 아들, 며느리, 손주 등 가족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들은 아버지 묘비를 잡고 눈물을 흘리며 "그때와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그땐 광주 사태라며 왜곡과 폄훼가 심했는데 지금은 다 회복돼 민주화운동임을 전 국민이 안다. 바뀐 세상을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6·3 대통령 선거를 앞둔 만큼 대통령 선거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밖에도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천하람 개혁신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도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는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박용진 국민화합위원장·추미애·이언주 의원 등이 함께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권유했던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기념식 행사 전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구묘역)에 참배한 뒤 "계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계엄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드렸지만 저희가 잘못했다는 마음을 가지고 바뀌어 나간다는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며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계속 바뀌어 가서 광주 시민, 호남분들,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각 김상욱 무소속 국회의원도 민주의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영을 떠나 국민만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며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김 의원은 "부정의한 비상계엄에 저항할 힘과 용기를 준 것이 80년 광주시민들의 정신이었다. 참 민주정치가가 되겠다"며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민주와 법치를 지키며 정치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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