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PC방 상대로 불법 도박 프로그램 영업한 일당 검거…가상계좌 악용
-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전국 성인PC방 업주들을 상대로 온라인 불법 도박 프로그램을 영업하고 가상계좌를 악용해 수익을 창출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전국 성인PC방 업주들을 상대로 불법 도박 프로그램을 광고한 뒤 설치·관리한 총책, PC방 업주, 가상계좌 판매업자, 결제대행 서비스 중개업체(PG사) 대표 등 37명을 검거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 중 도박 프로그램 운영진, 가상계좌 판매업자, PG사 대표 등 5명은 구속 송치됐다. 이외 32명은 불구속 송치됐다. 또 아직 검거되지 않은 운영진 1명과 가상계좌 판매업자 1명은 지명수배됐다.
경찰은 불법 도박 프로그램 광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 접속해 내용을 분석했다. 불법 도박 자금 충전, 환전에 활용된 계좌번호를 확인해 용의자 추적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계좌 거래 내역을 분석하는 등 수사를 통해 1099억 원에 달하는 도박 자금 규모를 확인하고 불법도박장을 개설한 성인PC방 업주 21명을 특정했다.
도박 프로그램 운영진의 주거지를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가상계좌를 활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가상계좌 판매업자가 PG사로부터 전달받은 수사기관 공문 등을 도박 운영진에게 공유한 사실을 확인했고, 도박자금 충전용 가상계좌 5만 8000여개를 불법 유통한 혐의로 가상계좌 판매업자를 검거했다.
수사 결과 도박 프로그램 운영 조직은 운영을 총괄하는 '본사', 수익 분배 역할을 담당하는 '부본사', 성인PC방 업주를 상대로 영업하고 관리하는 '총판'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체계로 운영됐다. 이들은 익명성이 보장된 SNS만 사용하고, 가명과 외국인 명의 대포폰을 사용했다.
기존 도박 프로그램 운영 조직들은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통장'을 사용했지만, 최근 통장 발급이 까다로워져 대포통장 가격이 오른 데다 피해자 신고로 계좌가 정지되는 경우가 생기자 이들은 무한대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가상계좌를 도박자금 충전용 계좌로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상계좌 판매업자는 도박 프로그램 운영 조직을 온라인 쇼핑몰로 가장해 PG사로부터 가상계좌를 매입하고, 직접 도박자금 관리 플랫폼을 개발해 운영 조직에 제공하기도 했다. 금융기관과 PG사에 이상거래 신고가 들어오면 도박 총판과 공모해 의류 판매건에 대한 환불 요구인 것처럼 가장해 PG사에 소명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 일당의 범죄 수익 약 11억 2000만 원을 추징 보전했다.
경찰은 PG사가 불법행위자들과 공모해 가상계좌를 유통하는 경우 사실상 관리·감독이 이뤄지기 힘든 문제점이 있다며 이상거래에 대한 금융기관 모니터링이 강화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상계좌 발급 단계부터 PG사가 가상계좌 가맹점의 사업장과 실제 사업현황 등을 면밀히 확인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점을 관계부처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i_nam@e0dp.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