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을 중재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느 때보다 강경한 어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개 비난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이나 에너지 분야 제재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러시아가 이틀간 우크라이나에 대해 드론 공습을 감행한 것을 두고 "푸틴이 완전히 미쳤다"며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부를 원할 경우 러시아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푸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전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취임 초기 푸틴에 기울어진 태도로 휴전 중재에 나서면서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의 우려를 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러시아가 좀처럼 휴전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러시아의 공격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민간인 피해가 잇따르자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여러 차례 제재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해 추가 제재를 가한다면 에너지 및 금융 관련 제재 카드가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2차 관세'를 통해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으나 중국, 인도, 튀르키예 등이 러시아가 수출하는 화석연료의 약 74%를 수입하고 있어 러시아의 제재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 에너지를 수입하는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러시아 자금줄을 차단하는 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 상원에는 러시아산 원유, 가스, 우라늄 등을 수입하는 국가의 수입 제품에 대해 500%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며 다음 주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과 함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EU는 지난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현행 60달러에서 50달러로 낮추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미국의 반대 등으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미국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즉시 실행 가능한 방안이다.

또한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밀수출하는 '그림자 선단' 선박과 러시아 국부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등에 대해 추가 제재에 나설 수도 있다.

미국이 러시아의 독자 지급결제 시스템인 'SPFS'를 제재하는 방안도 예상된다. SPFS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개발한 시스템으로 비트코인과 디지털 통화 결제가 가능해 서방의 제재를 우회해 왔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180개 외국 금융기관이 SPFS에 참여 중이다. 미국은 이들 금융기관의 미국 내 계좌 사용을 금지하고, 미국 금융기관에서 SPFS를 사용한 거래가 금지할 수 있다.

특히 EU가 20여개 러시아 은행을 국제결제망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퇴출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효과는 배가 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실제로 제재를 부과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트럼프 입장에선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 악화라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데다 지금까지 '중재자'로서 중립적 이미지를 강조해 온 태도와는 상반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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